안녕하세요~ 이웃님
오늘은 투자, 경제 서적이 아닌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모든 시대를 망라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주옥같은 문장들, 그 중에서도 소리내어 읽기 좋은 문장들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저자 정여울 님은 서울대학교에서 이효석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문학과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몇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모두 낭독해서 읽어야 하는데요, 저는 거의 모든 부분을 낭독없이 그냥 읽었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나 봅니다. 잠시 여유를 갖고자 집어든 책인데도 빨리 진도를 나가고자 하는 마음만 앞섰네요.
저자는 우리 말 낭독의 힘을 다음과 같이 강조합니다.
1. 오감이 활성화 됩니다. 아름다운 문장을 소리내어 읽으면 마음속에 거대한 스크린이 펼쳐지고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고 사물을 만지고 느끼는 예민한 감수성의 촉각이 살아나며, 무언가를 더 깊이 오래 생각할 수 있는 집중력이 올라갑니다.
2. 소리내어 읽기는 마음 챙김에도 좋습니다. 특히, 우울한 기분이 들 때 한 5분만 글을 읽으면 금세 우울한 느낌이 사라져 버립니다.
3. 낭독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대화하는 느낌을 줍니다. 낭독할 떄는 '귀 기울이는 자아'가 탄생하여 '소리내어 읽는 자아'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줍니다. 낭독을 통해 우리는 더 많은 자아, 더 깊은 자아, 그리고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타인의 목소리를 함께 들으며 혼자 있어도 하나의 오롯한 공동체가 되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어요.
박제가. 이규보, 정약용, 황진이,
김소월, 윤동주, 이육사, 이상, 한용운,
기형도, 박경리, 박노해, 백기완, 신달자, 신영복, 황지우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위대한 문인들입니다.
그럼, 두 개만 인용해 볼게요.
'나'라는 것은 곧잘 달아나기 쉬운 것이며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나'라는 것은 몸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좀처럼 배반하지 않을 것 같지만, 잠시라도 보살피지 않으면 이 세상 어디든 도망가지 않는 곳이 없다. '나'라는 것은 이익이나 벼슬로 유인하면 떠나버리고, 위엄이나 재화로 협박하면 떠나가버리기도 하며,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려도 떠나가버리기도 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요염한 모습만 봐도 멀리 떠나가버린다. 그런데 그 '나'라는 것은 한 번 떠나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좀처럼 붙잡을 수도 없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바로 '나'인 것이다. 이러니 '나'를 실과 끈으로 붙들어 동여매고, 빗장과 걸쇠로 잠가서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 정약용, <수오재기> 중에서
그해 가을이 다습게 익어가도
우리 집 감나무는 허전했다.
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
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
왜 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
응 해거리하는 중이란다.
감나무도 산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려서
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
해거리 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
발아래를 지켜봐야 하는 법이란다
그해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
위를 쳐다보며 더는 징징대지 않았다
땅속의 뿌리가 들으라고 나무 밑에 엎드려서
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
땅심아 들어라 땅심아 들어라
배고픈 만큼 소리치곤 했다
어머님은 가을걷이를 마치신 후
감나무 주위를 파고 퇴비를 묻어주며 성호를 그으셨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허리 굽혀 땅심과 뿌리를 보살펴야 하는 거라며
정직하게 해거리를 잘 사는 게
미래 희망을 키우는 유일한 길이라며
- 박노해, <해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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